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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 든 •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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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y
81
10 days agoSteemit

나무의 소원은 무엇일까
생각을하면서도
대놓고 물을 수는 없었다

괜한 소리를 해서
한 곳에 뿌리박고 사는 나무들을
흔들 수가 없어서
될성부른 나무가 되기 위해
떡잎부터 다리를 쉬어 본 적이 없는
*서 있는 형제들

하늘이 거친 숨을 쉬는 날이면
병자호란 때에도
그곳에 모여 살았다는
형제들의 안부가 궁금했다

뿌리 몇 가닥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넘나들어
더 이상 바랄 것도 없을
그 형제들이

*인디언들은 나무를 ‘서 있는 형제들’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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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수사학/ 손택수

꽃이 피었다.
도시가 나무에게
반어법을 가르친 것이다
이 도시의 이주민이 된 뒤부터
속마음을 곧이곧대로 드러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가를 나도 곧 깨닫게 되었지만
살아 있자, 악착같이 들뜬 뿌리라도 내리자
속마음을 감추는 대신
비트는 법을 익히게 된 서른몇 이후부터
나무는 나의 스승
그가 견딜 수 없는 건
꽃향기 따라 나비와 벌이
붕붕거린다는 것,
내성이 생긴 이파리를
벌레들이 변함없이 아삭아삭
뜯어 먹는다는 것
도로변 시끄러운 가로등 곁에서 허구한 날
신경증과 불면증에 시달리며 피어나는 꽃
참을 수 없다 나무는, 알고 보면
치욕으로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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