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215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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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오후 점심 겸 저녁 먹으러 바깥으로 나왔다. 영상 5도라고 하지만 인천 겨울 바람은 칼과 같다. 뜨끈뜨끈한 순대국을 먹었어도 든든함 보다는 춥다는 느낌이다. 며칠 전 보았던 아파트의 산수유 나무에는 다 쉰 잎새가 꽤 붙어 있었지만 도시 공원의 나무들은 모두 헐벗었다. 아마 아파트 건물이 바람막이 역할을 해주었을 것이다. 공원 바닥에 쌓인 낙엽들이 공원의 텅빈 공간과 뼈다귀 같은 나무 사이로 휘두르는 광란의 칼 바람에 자작 자작 날리고 한 터럭의 잎새도 없는 산수유 나무의 빨간 열매만 확실하게 눈에 띈다. 추운 겨울을 새빨갛게 저항한다. 무리 지어 있지 않고 드문 드문 심어져 있으니 여기 저기 고요 속 색깔 외침이다. 아마도 새들의 고맙고 유일한 겨울 양식이 되지 않을까? 이제 잡아 먹을 벌레도 없을 테고 어쩔 수 없이 편식을 해야 할 테니까.
그러고 보면 인간으로 태어난 게 감사할 일이다. 아니지. 어쨌든 지금 나는 먹고 사는데 큰 어려움이 없는 환경이 갖추어져 있으니 더 갖고 더 잘 살기 위해 나의 몸과 정신을 소모할 필요 없다. 포기하고 감사하면 만족할 수 있는 거지. 거지가 아니라 그런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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