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검사 時歷檢査] 이토록 처절한 삼권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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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로 사람들은 대통령의 권한이 얼마나 막강한지 실감했을 것이다. '내란죄와 외환죄' 그 두 가지 죄목이 아니면 대통령을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것이다. 실로 막강하기 그지없다. 윤처럼 자살 행위를 하지 않고서야 저 권좌에서 대통령을 어찌 끌어낼까? 그럼에도 이 나라는 이승만, 박정희, 박근혜에 이어 윤석열까지 네 명째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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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막강한 권력을 가진 대통령도 툭하면 못 해 먹겠다며 쌍욕을 하고 심지어는 계엄을 저질러 버리기까지 했다. 저 막강한 권한으로도 할 수 없는 게 대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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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권분립의 다른 축인 국회는 탄핵을 밥 먹듯이 했다. 22번의 탄핵에 이어 23번째 탄핵으로 대통령을 직무 정지시켰다. 심지어 대통령과 권력기관의 쌈짓돈인 특활비를 모두 "0"으로 깎아버리는 도발을 감행했다. 엄마가 니 용돈을 0원 만든 거다. 동결도 50% 삭감도 아닌 "0". 열받아? 안 받아? 그런다고 엄마한테 식칼 들이대면 돼? 안돼? '이토록 막강한 권력'을 가진 대통령도 어쩌지 못해 심지어 계엄을 선포해 해산시켜 버리고 싶었던 국회는 그럼 '최후의 권력'인가? 아시다시피 이토록 막강한 권력인 대통령이 최후의 권력인 국회의 입법안을 거부한 횟수는 30회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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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으로도 뚫을 수 없는 방패와 무엇이든 뚫을 수 있는 창, 말 그대로 '모순'을 삼권분립의 헌법기관인 국회와 대통령이 모두 들고 있다. 여지껏 서로 찌르고 막아댄 그것이 모순투성이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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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 모순을 해소하려고 찾아간 곳은 삼권분립의 다른 주체인 법원이다. 법원이 탕탕탕! 결론을 내려주면 누구도 법원의 결정에 불복할 수 없다. 이 망나니 같은 나라에 아직 사법부 해체와 사법부 해산을 시도한 역사가 없으니. 그래서 윤은 그걸 한 방에 해결하고 했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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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사법부 역시 이쪽과 저쪽이 나눠서 지명하고 천거하니 어차피 모순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적어도 그것에 불복하여 내전을 일으키거나 전복을 시도하는 일이 없는 건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박정희는 암살당했다 치고, 이승만은 왜 하야를 했으며 서슬 퍼렇던 전두환과 노태우는 왜 제 발로 내려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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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전 세계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지점이 바로 이 지점이 아닐까 싶다. 영원한 쿠데타와 영구적인 독재가 불가능해져 버린 이 나라의 저력 말이다. 여기서 누군가는 그게 '깨어있는 시민의 힘'이라고 아가리를 털어대고 싶겠지만, 그게 무슨 깨어있는 시민의 힘이냐. 그 시민의 힘이 술주정뱅이를 대통령으로 만들고, 의문의 죽음이 가득한 어둠의 시장을 거대 야당의 대표로 만들었겠느냐. 그게 다 조작이면 얼마나 멍청한 시민들인가. 조작에나 놀아나는 레밍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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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모순을 극복하는 힘은 우리가 그토록 자조하는 질투와 시기심이다. 이 나라를 저 유치원 입학 때부터 떠받치고 있는 눈치싸움과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주의가 모순적이게도 어떠한 절대권력도 허락하지 않는 '이토록 막강한 삼권분립'을 지탱하는 힘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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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때마다 나오는 상투적인 그 말, '국민들의 현명한 선택', '황금비율로 갈라진 여소야대' 말이다. 이 나라 시민들은 언제나 한쪽 편만을 일방적으로 지지하지 않았다. 매번 양쪽으로 갈라져 싸우고, 이번에는 이쪽에 붙었다가 다음에는 저쪽에 붙었다가, 또 끌어내리고 또 날려버리고 또 배신하고. 이러한 극단적 균형감이야말로 이 나라 시민들의 저력이다. 그것은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자연법칙, 바로 그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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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한 민주주의는 점잖게 앉아서 '형님 먼저, 아우 먼저' 하는 전원일기가 아니다. 개성이 마구 드러나고 이해관계가 더더욱 첨예해지는 진화하는 사회에서 성숙한 민주주의란, 잘 싸우고, 잘 해결하고, 난투전을 벌이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어떤 일이 있어도 링에서 내려가지 않는, 말 그대로 주인의식을 가진 이들 모두가 함께 육탄전으로 만들어가는 전장에 핀 꽃 같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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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여의도와 광화문의 어떤 시민도 혼자만 존재할 수 없다. 할 수 있는 게 계엄밖에 없고, 할 수 있는 게 탄핵밖에 없는 대통령과 국회가 맨날 치고받는 와중에, 시스템은 점점 촘촘해지고 견제는 강화되며 복지는 향상되는 거다. 복수혈전의 어부지리로 늘어난 복지혜택으로 노약자들의 살림이 나아지고 노동자는 실업급여라도 받아볼 수 있는 거다. 물론 잦은 계엄은 시민을 군사로 훈련시키고 대치하는 적은 나라 인구의 절반을 인간병기로 훈련시켰으니, 누가 감히 이 나라를 넘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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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이러다 나라 망한다 소리 좀 집어쳐라. 도대체 어떤 미친놈이 이런 나라를 꿀꺽 삼킬 수가 있겠어. 북한이라고? 미국이라고? 중국이라고? 꿀꺽 삼켰다가 목을 찢고 나오면 어쩔라고. 요즘 같은 시대에 계엄을 선포하는 대통령이나, 그걸 표결로 막아내는 국회나, 영하의 날씨에 광장에 쏟아져 나와 서로 체포하라고 으름장을 놓는 시민들을 누가 노예로 삼을 거며, 동포로 받아들일까? 아서라, 탈 난다. 음주가무를 즐기는 이 백의민족이 술 취해서 난동 부리면 백악관 점령은 순식간이다. 시위대가 자금성이라고 가만 둘 줄 아냐. 전직 해병대 전우들과 북파 공작원들이 실력을 발휘하면 고스트버스터처럼 LPG 가스통에 불붙여 귀신도 잡아낸단다. 게다가 거짓 선전, 선동의 달인들인 운동권 선배들이 유언비어로 네네 사회 쪼개버리면 답도 없어지는 거야. 누가 아군이고 누가 적군인지 알아볼 수도 없게 된단다. 쥐도 새도 모르게 자살 당하고 미투 당하는 거야. 응원봉 들고 태업을 벌이는 아미는 가만있겠니? 걔들 먹여 살리다 니네 나라 망해버릴걸? 걔들은 오빠들 말 말고는 누구 말도 듣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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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엔진소리 탈탈 나는 고물 무인기가 평양 상공에 침투해도 어쩌지 못하는 윗나라 남침하면 어떡하냐며 시민들 협박 말고, 열심히 국회에서 멱살이나 잡아라. 그래야 공천이라도 받지. 돈주고 받다 걸려서 의원직 상실도 좀 해주고, 외교행낭에다 특활비 넣어서 자식들 집 장만 비용도 좀 챙겨주고 그래. 그래야 탄핵도 하고 조기대선도 하고 그럴 거 아니야. 그렇게 진화해 가는 거야. 너의 악을 먹고서. 그것을 먹고 소화하여 강력한 민주주의, 건강한 시민사회의 면역력을 증진시키는 거야. 부정부패와 거짓선동의 백신을 맞고서 말이야. 그게 바로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힘인 거야. 진정한 국민의 힘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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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진정한 삼권분립은 입법-사법-행정이 아니라 나보다 잘나면 안 되는 이웃-친지-친구들 간의 비교 경쟁인 거다. 전 세계가 끝까지 벌어져 버린 양극화로 철수한 지 오래인 신분 상승의 사다리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붙든채 치열한 공성전을 벌이고 있는 시민 권력의 시가전. 피곤해도 스스로를 지켜내는 힘이 자라나고 있는 거야. 이 일촉즉발의 세계 속에서 벌어진 사다리를 안간힘을 다해 좁혀내는 슈퍼파워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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