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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하루 : 돈 갚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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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wifi
83
5 years agoBusy4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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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줄평


 하정우의 메소드 연기 혹은 실제
 본격 350만원 만들기 프로젝트
 벙찐하루
★★★★★


리뷰에 앞서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먼저 올립니다! 제가 어제 처음으로 '천만관객'만큼 어렵다는 그 '일만보팅'을 넘어 버렸습니다. 바로 '노아' 리뷰로 말이죠. 감동... 다 차려준 상에 그저 숟가락 하나 얹었을 뿐인데... 꾸준히 제 글을 좋아해 주시고 후원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고 좋아요 눌러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꾸벅! 이꽃을 받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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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는 누구나 방어기재가 있습니다. 유난히 밝거나 재밌고 철없어 보이는 사람의 이면에는 우리가 모르는 깊은 상처가 트라우마로 잠복해 있을 공산이 크다고 해요. 그 상처를 외면하는 그들만의 방어적 삶의 방식이 제3자에게는 그저 가볍고 생각없고 해맑아 보일 수 있다는 거지요.

멋진하루의 병운(하정우 분)은 전형적인 낙천주의자입니다. 겉으로만 봤을때는 밝은 무한 긍정 에너지가 뿜뿜하고 특유의 능글능글한 친화력과 인맥, 베어 그릴스급 생존력을 가진 남자이지요. 어떤 아픔이나 상처와 대면한다 해도 전혀 굴복치 않고 그냥 하하 웃어 넘길 수 있는 캐릭터이지만 반면 페이소스가 강하게 느껴지는 인물입니다. (적어도 제겐 그렇게 느껴졌어요.)

어느날 그의 앞에 전여친 희수(전도연 분)가 찾아옵니다. 모습과 표정을 보니 좋은 일로 찾아 온건 아닌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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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갚아!

350만원 차용증을 들고 전여친은 1년만에 뜬금없이 그앞에 나타났습니다. 그녀는 행여나 친절해 보일까봐 금자씨처럼 일명 환불화장이라고 하는 쎈언니 메이크업으로 무장하고 결코 만만치 않은 능구렁이 병운으로부터 무슨일이 있어도 돈을 꼭 받아내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다진채 등장하지요.

가진 재산이 없어 보이는 병운은 잔머리가 안먹히자 결국 채무이행을 위한 또다른 채무로 그녀와의 빚을 청산하겠노라며 희수와 함께 길을 떠나고 그렇게 그들에게 펼쳐지는 하루가 영화의 전체 스토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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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하루는 캐릭터에 대한 이해 정도 만큼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영화입니다. 기승전결 없는 잔잔한 영화라 인물들에게 빠지지 못하면 상당히 지루하게 느껴질거에요. 하지만 일단 매력에 빠지고 캐릭터를 이해하면 선풍기 약풍처럼 기분좋게 살랑살랑 마음을 건드려 주는 그런 영화입니다. 기존 멜로영화의 문법을 깨는 연출과 스토리, 그리고 두배우의 생생한 연기로만 승부를 보는 자신감 넘치는 영화거든요. 전도연과 하정우인데 더이상 말이 필요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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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 늘 함께 살고 있는 그 누군가의 살아있는 이야기. 특히 병운 캐릭터는 영화에 생명력을 불러일으키는데 크게 일조하고 있습니다. 연인으로서 함께 있으면 참 기막히고 짜증나고 험한꼴도 보게되는 스타일이지만 웃는 얼굴에 침 못밷는다고 능청스럽고 뺀질뺀질대면서도 자상하고 재밌고 유쾌한 모습에 빠졌다가 결국 무책임하며 가볍고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상관하다 나에 대한 포커스를 잃고 산만해서 이별을 고하게 되는 어디선가 한번쯤 봤던 캐릭터를 하정우가 아주 미친듯이 잘 소화해 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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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터널선샤인 리뷰 때도 언급했지만 사람은 반대의 성격에 끌립니다. 이런 병운의 캐릭터는 까칠하고 차가운 희수앞에서 쉴새없이 조잘대는 참새가 되어버려요. 그 행위에서 행복을 느끼고요. 그리고 희수 또한 그런 그로부터 마음이 따뜻하게 녹아내리는 기분을 느끼게 될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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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수의 350만원을 찾는 여정은 동시에 둘만의 추억을 찾는 여정이 되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결별했던 이유를 재확인하는 계기도 되었지요. '그래... 니가 그렇지 뭐...' 하면서요. 영화 중후반 지하철 장면에서 갑자기 울컥 눈물을 흘리던 희수의 마음이 저는 십분 이해가 갔습니다. 구질구질하고 지긋지긋했던 과거가 또다시 떠오르면서 이게 지금 뭐하는 짓인지... 350만원 받겠다고 하루종일 끌려다니는 자신의 모습이 한심하고 비루하고 지리멸렬했겠죠. 기빨리고 피곤하기도 하고... (가장 좋아했던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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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다행히 눈치는 빠른 병운

'멋진하루'는 일본 다이라 아즈코의 동명 단편모음집을 영화화 한 2009년 작품으로 원작은 2년 전 빌려갔던 50만엔을 돌려받으러 헤어진 옛애인을 찾아가는 내용입니다. 참고로 같은 책의 두번째 단편인 '애드리브 나이트'도 같은 감독에 의해 '아주 특별한 손님'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 되었어요.

영어제목은 My Dear Enemy 입니다. 훨씬 더 와닿는 네이밍이죠?ㅎㅎ 정말 기분 적같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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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지막씬은 집으로 돌아가는 희수의 표정(희미한 미소)을 롱테이크로 잡아냅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어떤 감정들이 자리잡고 있었을까요? 보는이마다 각자의 해석이 있겠지만 저는 병운에게 다시 애정을 느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희수가 감당하기엔 너무 벅찬 상대로 보여요. 하지만 가끔씩 생각은 나겠지요. 어느날 불쑥 새로 받은 차용증을 빌미로 다시 찾아가고 싶을때가 올 것 같습니다. 마치 내가 이 영화를 다시 찾은 이유처럼 말이죠.

하정우는 비스티 보이즈에서도 빚쟁이로 나와서 마동석형님에게 그렇게 두들겨 맞더니 정신을 못차리고... 악덕 채무자인듯.ㅎㅎ 부디 병운의 방어기재를 온전히 포옹해 줄 짚신을 만나 더이상 상처받지 않고 정신차리고 잘 살아가길 빌어봅니다. 우리 희수도 경직되어 버린 마음을 녹여줄 멋지고 좋은 남자 만나구요. (아.. 나나 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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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 감독은 '여자,정혜 / 러브토크 / 아주 특별한 손님' 등을 연출한 멜로 전문 감독으로 연출유형이 홍상수나 우디앨런과 비슷합니다. 제가 멜로장르는 염장질때문에 선호하지 않아서 이 감독의 다른 작품은 아직 본 적이 없네요. 캐릭터의 작은 감정 변화까지 섬세하게 포착하는 잔잔한 연출력이 마음에 들어 앞으로 몇편 더 찾아 봐야겠습니다.

두배우의 연기는 뭐 말할 필요가 없겠죠? 디테일한 감정 연기와 안정적이고 사람냄새 나는 밀도 있는 연기는 직접 영화로 확인해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번 영화는 호돌박님 이벤트때문에 준비했는데 그동안 한국영화 리뷰가 비교적 적은 것 같아서 앞으로 스크린쿼터제를 도입해 1:4 비율은 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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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튼키위즈 (Rotten Kiwies) 평점 95%
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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