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 SF/판타지/호러 소설작가 스티븐킹의 원작 '미스트'는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결말때문에 호불호가 확 갈리는 영화입니다. 저는 결말까지도 무척 마음에 들어서 완전 대박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별로였다는 평이 많아서 좀 의외이기도 했어요.
감독 팀버튼과 배우 조니뎁의 조합 만큼이나 유명한 작가 스티븐킹과 감독 프랭크 다라본트의 조합인 이 영화는 '쇼생크 탈출'과 '그린마일'에 이은 두거장의 세번째 작품입니다.
밤사이 몰아닥친 폭풍우에 나무가 뽑혀 자동차와 집들이 파손되고 온 마을이 정전된 어느날 아침. 주인공 데이빗은 파손된 집을 수리하기 위해 아들 빌리와 옆집 변호사 브렌트와 함께 시내 마트로 이동합니다.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던 중 갑자기 싸이렌이 울리고 쓰나미처럼 순식간에 시내를 삼켜버린 짙은 안개. 그리고 그 안개 속에서 한 노인이 피를 흘리며 마트를 향해 뛰쳐옵니다. 그리고 시작되는 정체불명의 거대 괴생물체의 공격, 희생되는 사람들...
사람들은 그렇게 마트안에 고립되어 한치앞도 모르는 문밖상황과 정체모를 괴생물체들로 인해 엄청난 공포와 패닉상태에 빠집니다. 세상에 종말이 온 것일까... 이 괴물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런 긴박한 상황 속, 괴물만 상대하기도 벅찬데 마트안에서 인간빌런이 한명 등장합니다. 바로 이 year이에요.
본인이 하나님과 연결된 선지자라며 혼란 속 사람들을 선동하는 구타유발자 카모디 부인. 이 캐릭터는 상당한 비호감에 관객들을 분노케 하며 몰입시키는, 영화 중후반부를 담당한 중요한 인물로 마치 비디오게임 속 중간보스같은 존재였는데 (아... 이건 스포지만...) 이 여자가 총맞고 죽을때 영화관에서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었습니다. (한국에서도 그랬나요?)ㅎㅎ
이단(異端)의 단은 '끝 단' 자로, 종교적 교리는 정통과 함께 하지만 해석을 달리해 나중에는 끝이 전혀 다른 길로 가는게 이단의 정의입니다. 모든 종교의 이단적 사기와 폐해가 다 이렇게 발생하죠. 이런 종교적 집단은 상당히 폐쇄적이고 배타적이고 폭력과 학대를 교리의 자의적 해석으로 정당화 합니다. 영육간에 미약한 상태의 사람들을 주로 표적으로 삼고 그들의 의지할 곳을 이용하는데 영화 속 카모디 부인을 신봉하게 되는 인간의 모습이 어쩌면 곧 우리의 혹은 우리 가족의, 친구의, 이웃의 모습일 수도 있다는 점이 소름끼치면서도 참 무서운 사실이지요. 영화 속 상황처럼 세상에 종말이라도 온 것 같이 어둠과 죽음이 코앞에 닥친 상태로 혼란스럽고 어수선할때 과연 우리의 이성은 온전히 작동할수 있을까요?
이럴때 리더의 등장과 역할이 중요한데 영화속에서는 극단적인 역할로 카모디 부인이 등장하고 그를 추종하는 세력들이 활약합니다. 그 반대의 편에는 주인공 데이빗이 있고요.
살면서 우리는 뜻하지 않게 이런 안개 속 상황을 조우할 때가 있습니다. 영화 속 인물들처럼 무언가 해결하려 애쓰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더 깊은 절망에 빠지게 되는 그런 상황을요. 하지만 안개는 언젠가는 사라지는 현상입니다. 당장에는 시야를 가려 영원할 것만 같고 이것으로 모든게 끝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우리가 겪게되는 문제는 언젠가는 안개처럼 한순간 사라지는 연기 같은 것이죠.
영화는 그렇기에 끝까지 희망을 놓치말고 믿고 기다려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듯 합니다. 우리의 삶은 선택의 연속이고 그 선택지에 따른 댓가로 인생의 운명이 갈리게 되는데 극단적인 생각은 하지 말라고 권유하는 것 같았어요. 마지막 주인공의 선택은 비극을 낳았고 비록 살아남았지만 정신적으로는 이미 죽은 상태일겁니다.
개인적으로는 미스트에 나온 괴물들을 피규어로 다 갖고 싶었지만 어디에서도 제품을 내놓지 않아서 아쉬웠네요. 대신 이러고 놀았지요.ㅎㅎ
무더운 여름 여러분의 심장을 쫄리게 해 줄 필수 아이템 미스트(한번도 써본적은 없지만)! 이 여름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다함께 영하의 서늘한 안개 속으로 고고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