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예배를 마치고 교회 친한 형,누나들과 함께 자취하는 형집에 놀러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곳 TV아래에 덩그러니 놓여진 비디오 테이프 '원/초/적/본/능/' 다들 그곳에 눈길을 주었지만 스캔만 할 뿐, 별 이야기는 하지 않았죠. 밥을 먹고 수다를 떨다가 한명 두명 집으로 돌아가고 저와 자취하는 형 그리고 목사를 준비하던 다른 형 이렇게 세명만이 남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엎드려서서 TV를 보다가 배부르고 등따숩고 해서 이내 잠이 들어 버렸지요. 얼마나 잤을까...
귓가에 뭔가 야릇한 소리가 반복적으로 들려오고 있었고 그 소리에 저는 잠에서 깨고 말았습니다. 느낌이 이상해서 실눈을 뜨고 보니... 그 목사를 준비하던... 순진하고 조용하고 얌전하고 수줍음 많던 그 형이... 비디오 플레이어 앞에 앉아 원초적 본능의 특정 장면을 수없이 반복해서 플레이하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TV와 한몸이 되어 한손은 플레이버튼과 백워드버튼을 현란하게 훑어가며 몰아지경 무아지경 아주 빨려들어갈 기세로 초집중, 몰입하고 있었어요. 저는 은혜받고 있는 그형을 위해 계속 자는척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행여 방해라도 될까봐 사망한 듯 누워 있었지요.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이제 됐다 싶었는지 그형은 다시 공중파 방송으로 화면을 바꾸며 비디오 테이프를 빼 아무일 없듯 원래 자리에 놓더군요. 이때다 싶어 "아... 깜빡 잠이 들었네.. 늦었다. 가야겠다. 형." 하곤 집을 나섰습니다. 너무 티나게 타이밍 맞춰 일어난게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그래 잘가~~!" 하며 손을 흔들던, 세상을 다 얻은 듯 해맑게 상기된 그 형의 미소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집주인 형은 그때 안보였었는데 아마 잠시 일이 있어 나갔던 것 같았어요. 빈집에 덩그러니 홀로 남겨진 그형의 뒷 이야기는 오직 그형과 하나님만이 아시겠지만 내게 있어 원초적 본능은 '바로 이런거구나' 하고 각인되어 있습니다.
당시 모든 남성을 흥분케 하고 일어서게 했던 영화! 어디있다가 지금 나타났나며 원망을 샀던 혜성처럼 강림한 샤론스톤! 그녀의 자세 한번 고쳐 앉는 걸로 뭇 남성을 자지러지게 만든 영화! 원초적 본능! 시대가 변했어도 그녀의 클라스는 영원합니다. 타노스의 건틀렛에 자리가 하나 남는다면 샤론스톤을 껴넣고 싶을 정도에요.
원초적 본능(Basic Instinct)이 1992년 작품이고 로보캅을 감독한 폴 버호벤의 작품이고 캐서린이 과연 범인일까... 하는 것 따윈 중요치 않아요. 그저 본능에 충실한 당신이라면 그냥 닥치고 보라는 말밖에 해드릴게 없습니다. 이미 보셨다고요? 2편도요? 쇼걸은요? 화질좋은 블루레이로 다시 보셨어야죠!! 그 때보다 부분반복재생도 손쉬운 아름다운 세상 아닙니까!
혹시나 그녀를 소장하고 싶으신 분들 위해 잠깐 피규어도 소개해 드립니다. 자랑스런 한국회사인 Blitzway(블리츠웨이)에서 나온 1:4 스케일의 스테츄입니다. 가격도 저렴한 단돈 사십칠만원! 워렌 버핏과의 점심식사 가격의 만분의 일도 안되는 가격이에요. 이돈으로 평생 스톤누님과 하루 세끼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피규어와 결혼은 하지 마세요.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