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들에게는 친숙한 '가버나움'은 이스라엘 갈릴리 호수 북쪽 끝에 위치했던 어촌으로 예수의 사역과 기적이 행해진 은혜의 땅이었습니다. 숱한 기적을 목격하면서도 회개치 않아 예수의 예언대로 멸망해 6세기 이후부터는 사람이 살지 않는 폐허의 땅으로 버려진 곳이죠.
영화는 이 지명을 제목으로 택했습니다. 실제 배경은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요. 신의 축복이 더이상 미치지 않는 상징적인 의미로 이 지명을 사용한 듯 보입니다. 한때 '중동의 파리'라 불리기도 했던 베이루트는 1975년 기독교와 이슬람 세력간의 내전 이후 도시 전체가 쑥대밭이 되었다가 다시 평화를 되찾는듯 했지만 2006년 이스라엘과의 무력충돌과 이웃국가들 간의 기나긴 갈등으로 행정력의 마비되어 도시 곳곳이 쓰레기가 넘쳐나고 거의 폐허나 마찬가지인 땅으로 변모되었다고 합니다. 그 베이루트의 가장 밑바닥에 위치한 하층민, 그것도 시리아 난민들의 삶 속에 12세(로 추정되는) 소년 '자인 알 라피아'의 이야기가 폭로됩니다. (아, 참고로 기독교 영화는 아니에요. 불자 환영)
신도 기적도 없는 그곳은 한단어로 '지옥'이라는 말이 적당한 우리의 상상을 넘어선 충격적이고 처참한 땅이었습니다. 출생등록조차 되어 있지 않은 아이들은 그저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노예로 전락해 버렸고 고작 닭 몇마리에 막 초경을 시작한 딸을 팔아 넘기는 매매혼의 인권유린과 영유아 인신매매까지 자행되는 곳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부모는 아이들을 계속 생산해 냅니다. 마치 직원뽑듯 애를 낳는 것 같았어요. (싸지른다고 하려다 참음)
감독은 이곳의 삶을 철저한 극 사실주의 연출로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등장하는 일부 배우들과 아역들도 실제 이곳의 난민들이라고 해요. 길거리 캐스팅으로 픽해서 리얼한 생활 연기가 가능했다고 보는데 그럼에도 주인공 자인의 연기는 다큐라고 생각할 정도로 완벽했습니다.
영화는 두줄기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나는 자신을 태어나게 한 부모를 고소하는 자인의 현재 법정의 이야기, 다른 하나는 자인이 겪은 과거를 재현한 플레시백.
제가 너무 아파서 추천하고 싶지 않다고 제목에 서술한 지점이 바로 이 자인의 가혹한 삶을 리얼하게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자신의 정확한 나이도 모르는, 12세로 추정되는 자인은 그 어떤 어른들보다 어른스러웠고 옳고 그름을 분별할 줄 알았으며 누구보다 강하고 이타적이었던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하루하루는 살아남기 위해 투쟁하는 전쟁터이자 바라보기 힘들 만큼의 고행길이었어요. 고작 12세가 짊어지기에는 너무나도 버거운, 감당해서는 안될 짐이었습니다. 그 땅과 그 후손들에게는 무슨 원죄가 씌여져 있던걸까요? 신은 진정 그들을 저주했고 그들을 방관하고 침묵하고 있는 걸까요? 이 땅에 더이상의 기적은 없는 걸까요?
비록 스크린안에서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다행히 스크린 밖에서 기적이 이뤄졌다고 합니다. 자인의 가족들은 노르웨이로 망명이 허용되어 정착했고 신분증도 발급받았으며 추방 위기에 놓였던 배우들도 석방되었다고 하더라고요. 위의 사진에서 오른쪽 자인의 변호사로 나온 분이 실제 감독입니다. (참고로 2018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어요.)
이 영화는 제가 바로 앞에 리뷰에서 너무 가슴 아프게 봤다고 했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아무도 모른다'와 상당 부분이 닮아 있습니다. 그래서 추천드리기가 좀 그래요... 보고나면 눈물이 절로 콸콸 쏟아지고 가슴이 미어지게 마이 아프거든요. 특히 후반부 방송에서 어른들에게 한마디 하는 부분은... T^T 그래도 영화 마지막에 해피엔딩으로 안도할 수 있는 지점이 있어서 다행이긴 합니다.
영화는 분명 수작이고 많은 생각들이 오갔던 영화였지만 영화촬영을 위한 또다른 아동학대를 벌인 것 같은 살짝 불편했던 장면들도 몇몇 있었습니다.
다음날 눈이 퉁퉁 부은채로 직장에 나가서 동료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싶으신 분들은 꼭 보고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