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는 전혀 준비도 안되어 있던 저를 펑펑 울린 가슴 뭉클한 감동의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요즘 계속 질질 짰던 영화 얘기만 하는 것 같군요. (부끄럽군...)
픽사는 일단 이름에서 80 먹고 들어가는 무조건 믿고 보는 회사이지요. 생각해보니 그동안 픽사 영화의 프로듀서나 감독이 누구인지 한번도 궁금해 하거나 찾아본 적이 없었네요. 그저 픽사가 감독이자 프로듀서인걸로, 그 직원들이 누군지는 관심이 없던 것 같습니다.ㅎㅎ
코코는 토이스토리3편을 감독했던 '리 언크리치'가 감독했으며 토이스토리2, 몬스터 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도 공동 감독했다고 합니다. '리 언크리치' 앞으로 기억할께요. 이씨는 아니죠?
사실 코코가 한국에서 그렇게 흥행에 성공한 애니인 줄은 몰랐는데 우리나라 역대 애니메이션 관객수 8위에나 오른 작품이더군요. 1위는 월등한 차이로 '겨울왕국'이고 '쿵푸팬더1,2,3 (대단하다 쿵푸팬더)', '인사이드아웃', '주토피아' 그리고 '너의이름은'에 이은 8위의 성적을 갖고 있었습니다. (몬스터 주식회사, 월-E, 토이스토리가 10위권에 없다니... 제가 이래서 통계는 안 믿습니다.ㅎㅎ)
코코는 그동안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애니에서 거의 금기시 했던 사후세계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기에 앞서 멕시코 최대 축제이자 명절인 '망자의 날(Día de los Muertos)'을 먼저 알아두시는게 좋아요. 망자의 날은 매년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3일간 진행되며 마지막 날인 11월 2일은 국경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북미의 할로윈과 비슷한 축제라고 보시면 되는데요. 악령으로 부터 자신을 보호하고자 분장하는 할로윈과는 달리 망자와의 만남을 기념하는 신성한 날로 해골 모양의 장식물을 만들고 해골 분장을 해 죽은 자를 기린다고 합니다. (영화 007 스펙터 도입부에 이 축제가 잘 담겨 있습니다.)
이날은 죽은 자들이 가족을 만나기 위해 이승을 방문할 수 있는 유일한 날로 이를 환영하는 의미에서 제단을 만들어 장식하고, 또한 해골 분장을 하고 무덤을 방문해 무덤을 정리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제사랑 성묘와 비슷하다고 보면 되겠네요. 멕시코인들은 밝은 사후세계관을 가지고 있다고 해요. 천국과 지옥이 없이 현세의 삶이 그대로 이어지는 세계관인 것 같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신과함께'만 봐도 정말 확연히 다른 사후세계의 모습을 비교하실 수 있으실 거에요. (하지만 이런 세계관은 극중 전설의 뮤지션 델라크루즈처럼 유명인은 죽어서도 유명인이고 루저는 죽어도 루저라는 점이 쫌 끔찍하긴 했습니다.)
이 멕시코의 망자의 날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가 바로 코코입니다. 미리 알고 보시면 이해에 큰 도움이 되겠지만, 뭐 모르고 봐도 전혀 지장이 없긴 합니다. 픽사의 그래픽이야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영화에서 그려지는 사후세계의 디자인은 가히 환상적입니다. 대형 스크린으로 보면 감동이 배가될 스케일인데 이정도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 싶을 만큼 아름답고 화려하며 매일이 축제같은 곳이었죠. 또한 픽사 & 디즈니의 주특기인 화려한 연출과 아름다운 음악은 영화에 활력을 불어주는 역할을 충실히 잘 해내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키워드는 '기억'과 '소멸'입니다. 아무도 자신을 기억해 주지 않을때... 철저하게 잊혀졌을때... 비로소 완전히 소멸되고 진정으로 죽는다는 사실이 핵심 전제이죠.
치매로 인해 (이단락 스포주의) 이승에서 유일하게 남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점점 소멸되고 있는 할머니 코코가 어린시절 아버지가 들려주던 노래를 기억해 내며 따라 부르고 아버지를 기억해 내는 장면은 이 영화의 심장을 건드리는 최고의 명장면이었습니다.
시간되시면 잠시 감상을...
아래 동영상은 2분 15초 부터 나오는 걸로 맞췄는데 잘 안되네요...
리멤버미... 이 얼마나 간절하고 슬픈 부탁인가요... 잊혀진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있는 사람들이 보면 더더욱 슬픈 영화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에 제가 언급한 '사후세계에서 루저는 죽어도 루저'라는 점의 연장선에서 이승에서 홀로 외로웠던 존재는 죽어서도 영원히 소멸되는 숙명인 건가... 하는 불편한 생각도 들긴 했어요. T^T
내가 세상을 떠나면 과연 나를 기억해 주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죽은자를 잊지 않고 기억해 주는 것... 그분이 다른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아 갈 수 있게 하는 사소한 일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먼저 가신 소중한 분들을 위해 잠시 묵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