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터널 애니멀스 : 펜끝으로 찌르는 점잖은 복수

kiwipie -



 한줄평


 나약하게 날아서 벌처럼 쏜다

 펜끝으로 찌르는 점잖은 복수

 사랑과 전쟁 스타일리쉬 감각 버전

★★★★★

안녕하세요. 키위퐈이의 또다른 자아 키위파이입니다. 학창시절 국어시간에 졸지 않았다면 '액자소설'의 뜻은 다 아실거에요. 오늘 소개해 드릴 녹터널 애니멀스(야행성 동물들)는 이 액자식 구성으로, 주인공 수잔과 소설 속 토니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진행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혹시 어떤 글을 보다가 '어? 이건 날 저격한 글인데?', '돌려깠는데?' 했던 경험 있으신가요? 스팀잇 유저라면 이런거 한번쯤 경험해봐야 진정한 인싸로 거듭나는거죠.ㅎㅎ

본 리뷰는 잔잔바리 스포가 있습니다. 유의하시고 읽어주세요.

이 영화는 제가 '에이미 아담스'를 좋아해서 자주 그렇듯 사전 지식없이 배우 얼굴만 보고 선택한 영화였습니다. 영화의 시작은 네 여성의 충격적인 알몸 댄스로 시선을 강탈해요. (갑자기 확 봐야겠다 결심이 서지죠? 초반부터 깜놀하게 될겁니다.ㅎㅎ 시선광탈하시는 분도 계실듯...)

비주얼 충격의 도입부와 함께 영화는 오늘의 주인공 수잔(에이미 아담스)의 현재 삶을 조명합니다. 명문대 출신의 부유한 집안의 딸이자, 잘생긴 남편과 미술관 아트디렉터로서 성공한 커리어까지 소위 모든걸 다 가진 인물이지요. 하지만 그녀의 삶은 뭔가 공허하고 만족스럽지 못하고 해피해 보이지 않습니다. 늘 불면증에 시달리며 위태로운 삶을 살고 있지요.

그러던 어느날 19년 전 헤어진 전남편으로 부터 그의 소설 감수본을 우편으로 받게 됩니다. 첫 독자가 되어 달라는 쪽지와 함께... 우편물 포장을 뜯다가 종이에 손을 베어 피를 흘리는 수잔... (이거 상당히 쓰라리죠...) 앞으로 소설의 내용이 그녀의 심장에 생채기를 낼 거라는 복선이기라도 할까요? (정답!)

소설 제목은 영화 제목과 동일한 'Nocturnal Animals'. 전남편 애드워드(제이크 질렌할)가 그녀를 부르던 별명이기도 해요. 또한 책의 첫속표지에는 대놓고 수잔에게 바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수잔이 책을 펼치는 시점부터 영화는 소설의 스토리와 그 소설에 감정 이입하고 자신을 투영하며 과거를 돌아보고 불안해하는 수잔의 심리 묘사가 교차 편집되어 진행됩니다. 과연 둘 사이에는 어떤 일이 있었던걸까요? 왜 전남편은 19년이나 지난 지금에 와서 이런 일을 벌이는 걸까요?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ㅎㅎ

영화 도입부에 언급했던 나체댄스는 자신의 아름다움에 상당히 도취된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현대의 정크문화를 완벽히 반영하고 있는 작품이었다 말하지만 저는 예쁘게만 포장된 탐욕과 허영 가득한 수잔의 진정한 허울이자 영혼의 모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까놓고 얘기하자면 전남편 애드워드는 수잔에게 버림받았습니다. 그가 너무 나약하다며 결혼을 반대하는 엄마에게 단지 예민한 거라고 다른 종류의 힘을 가지고 있을 뿐이라고 쉴드를 쳤던 그녀였지만 결국 엄마의 예언대로 그에게 지치고 그를 버립니다. 사랑한다면 포기하고 도망치지 말고 노력하라는 애드워드의 말을 귓등으로 듣고 아주 잔인하게 그에게 상처를 주고 말아요. (우리 에이미에게 이런 역할 주지마라...) 결혼 2년만에 (연인에게 2년은 늘 고비인듯) 이 둘은 갈라서게 됩니다.

19년의 세월동안 그녀는 자신의 과거를 애써 까맣게 잊고 살았는지 모르겠지만 애드워드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능력과 재능으로 소설의 등장인물들을 통해 그녀를 향한 섬뜩한 복수의 칼을 들이댑니다. 정말 집념이 대단하죠? 올드보이의 15년 이우진 만큼이나 징합니다.

수잔은 소설을 읽어 내려가며 가해자로서 자신이 전 남편에게 저지른 일이 환기되어 죄의식과 고통을 마주하게 됩니다. 영화에서 이 소설의 진행 파트는 정말 긴박하고 공포스러우며 엄청난 흡입력을 보여줘요. 영화를 몰입하게 하는 핵심이자 충격적인 플롯으로 아마 소설 발간과 동시에 대박이 나지 않을까 추측해 봅니다.ㅎㅎ 소설 속 애드워드로 투사되는 토니는 나약하지만 화목한 가정을 지키려 애쓰는 인물이고 수잔으로 투사되는 레이는 사이코패스의 잔인하고 파괴적인 극악무도한 인물로 그려집니다. 이 레이를 통해 수잔은 작가에게 자신이 저격당하고 있음을 직시하게 되지요.


레이역은 어벤져스 퀵실버 에런 테일러존슨

가끔 초조하게 다음 장면을 기다리는데 갑자기 전원을 확 꺼버리듯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영화를 경험한적 있으신가요? 순간 당황하고 머리를 막 굴리며 눈을 꿈뻑이게 하는 그런 엔딩... 이 영화도 그런 수작을 부리는 수작이니 미리 대비하시고 즐겨주시기 바랍니다.ㅎㅎ

애드워드의 이런 복수가 그녀에게 얼마나 치명적일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그냥 한번 크게 놀라고 '별꼴이네...' 하고 넘길 해프닝일 수도 있어요. 극초반 종이에 베인 상처가 아무는 시간 만큼의 괴로움일 수도 있고요. 바람은 부디 소설이 대박나고 애드워드가 유명인사가 되어 소설가로서 명성을 떨치며 평생 그녀를 괴롭혀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 에미이에게는 아무 감정 없는거 알죠?)

감독은 전 구찌 수석디자이너이자 현 본인 이름의 컬렉션을 가지고 있는 톰 포드입니다. 디자이너의 연출 답게 시각적인 자극과 감각적이고 세련된 미장센을 경험하실 수 있어요. 콜린 퍼스가 중년 게이를 연기한 전작 '싱글맨'도 감각적인 연출로 많은 찬사를 받았었죠. (싱글맨은 개인적으로 그냥저냥했는데 녹터널 애니멀스는 아주 만족했습니다.)

제이크 질렌할은 이제 명실공히 연기파 배우인 것 같습니다. '나이트 크롤러'에서도 소름끼치는 연기에 적잖게 놀랐었는데 이번 연기도 정말 나무랄데가 없어요. 칭찬합니다! 우리 에이미 아담스는... 연기 못해도 괜찮아요.ㅎㅎ 아론 테일러존슨의 연기변신도 합격인데 중간에 더러운 장면하나가 많이 거슬립니다. (역겨움 주의) 이건 직접 확인해 보세요.ㅋㅋ

수잔과 애드워드는 이 소설을 기회로 19년만에 정식 저녁 약속을 잡아요. 이 둘의 떨리는 재회가 궁금하시다면... 나체춤이 궁금하시다면... 당장 TV를 켜봅니다. 롸잇나우!!




 로튼키위즈 (Rotten Kiwies) 평점 95%

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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