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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에서 생긴 일 치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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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sdns
87
2 months agoSteemit2 min read

발리에서 생긴 일 치고는.../cjsdns

발리 공항에 내리니 식은땀이 비 오듯 했다.
너무 강행군을 한 데다 에어컨이 사람을 잡는다.

나는 집에서 한여름에도 혼자 있을 때는 에어컨을 별로 안 튼다.
그러다 보니 어디를 가던 에어컨을 가급적 피하는 스타일이다.
쉬운 말로 에어컨을 틀어도 26도나 27도에 놓고 튼다.

그런데 열국에 나라에 오니 에어컨 바람이 신바람이라도 되는 듯 틀고들 지낸다.
최소한 호텔들은 그렇다.
자동차를 타도 그렇고 비행기를 타도 그렇고 도대체가 추워서 못살겠다.

여하튼 따듯하게 지내지 싶은 남국에서 감기 몸살로 혼쭐이 났다.
하여 , 발리에 도착해서는 현지 약국을 찾아 약을 사서 호텔에 와서는 약을 먹고 그냥 잠을 잤다.
하루정도 편히 쉬니 살만해진다.

여행도 젊어서 해야지, 더 있다 다니지 하고 뒤로 미루면 큰일 날 뻔 했다.
누구 말처럼 내게는 지금이 가장 젊으니 지금이라도...

살만 해졌다는 것을 느끼는 게 잠자려 틀어 놓은 읽어주는 소설에 빠져서 그냥 날밤을 샜다.
뭔가를 듣다가 잠이 드는가 싶었는데 잠을 깨우는 게 있다.
안나 카레니나였다.
아니, 들을수록 잠으로 빠져드는 게 아니라 오던 잠도 도망을 가고 정심이 말똥 해진다.
그래서 끝까지 듣다 보니 이곳 시간으로 3시가 넘었다.
달리는 기차에 몸을 던지는 모습이 눈에 그려져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다.
누구 말처럼 개도 안 물어 거는 사랑이, 인간사에서는 온갖 풍상을 만들어 낸다.

창문을 열고 하늘은 보니 열이레 달이 구름 사이로 비치고 있었다.
그래서 저 달이 한국에서도 보이겠지 했다.
그런데 금방 비가 쏟아진다.
한줄기 잘 내리더니 그쳤다.

그래서 커튼을 제쳐 보니 어라, 달이 또 보인다.

image.png

그러나 저 달이 야속하다.
보름달을 보아야 했는데 보름달을 볼 수 있는 기회는 내가 놓쳤다.
큰 실수를 한 것이다.

보름달을 봤어야 했는데 그런 일이 있다.
여하튼 안나 카레니나를 발리에서 만났다.
의미 있는 만남이란 생각에 만남의 흔적까지는 아니라도 만났다, 이렇게라도 기록에 남기고 싶었다.
앞으로 어떤 일들이 발리에서 생길지 모르나 안나 카레니나와의 만남은 매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2024/02/27
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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