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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숙갤러리] 앞장 선 건 떠돌이 개였지만...참 고마운 개이고, 힘 주어 똥 싸 준 사람들이 모두 고마운 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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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islee
82
11 months agoSteemit2 min read

어떤 개가 '여인숙갤러리'문 앞에 똥을 싸고 갔습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더럽다고 침을 뱉고 갔습니다. 따라쟁이사람들이 침을 뱉고 갔습니다. 어떤 분이 보기 흉하다고 신문지로 덮고 갔습니다. 그 신문지 위에 누군가는 똥을 싸고 갔습니다. 개똥 위에 판 깔아 놓으니 얼씨구 좋았나 봅니다. 어지간히 급했나 봅니다. 설사 똥인 거 보니
하룻밤 사이에 여인숙 갤러리 문 앞이 똥 간이 되었습니다. 주인은 제 문 앞 깨끗이 치우지도 않고 뭐 하냐고 한 마디씩 합니다. 거들어 주지도 않으면서 말입니다. 주인인 난 편히 잠만 자고 일어났는데, 내 문 앞에서 일어나는 일을 꿈엔들 봤겠습니까?
나는 정원사입니다.
지난 밤 있었던 일이 모두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정원을 꾸미려면 거름이 필요했는데, 나와 상관없는 줄 알았던 사람들이 내 집 앞 까지 와서 엉덩이 까고 기꺼이 거름을 선물해 준 거였습니다. 앞장 선 건 떠돌이 개였지만, 그 개 뜻을 알았는지 몰랐는지 똥 싸고 오줌 싸고, 침 뱉는 일을 해 준 겁니다. 참 고마운 개이고, 힘 주어 똥 싸 준 사람들이 모두 고마운 거였습니다.
아, 제가 정원사인 거 말씀 드렸지요.
가끔씩 잊고 삽니다.
그런데, 제가 정원사라는 걸 깨우쳐 준 개를 고맙게 여기는 순간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정원사의 직분에 충실하기 위해, 흙을 퍼 날랐습니다. 주변의 폐기물로 화분을 만들고, 흙과 똥을 잘 섞어 화분 밑을 채웠습니다, 그리고 화분 위는 깨끗한 상토로 덮었습니다. 그리고 꽃을 싶었습니다. 땀이 비 오듯 쏟아져도 가뿐한 하루였습니다.
여인숙갤러리 문앞에 정원이 만들어졌습니다.
이 후부터 똥을 싸고 가는 사람 없습니다. 욕을 하고 침을 뱉는 사람도 없습니다. 신통방통, 개도 똥을 안 싸고 갑니다.
참 신기한 일입니다.
모두가 정원이 예쁘다고 한 마디씩 하고 갑니다.
지금 정원은 볼품없지만, 여인숙갤러리 문 앞 정원은 점점 풍성해질 겁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넉넉해진 꽃들이 이 곳을 찾는 이들을 향기로 빛깔로 반길 겁니다.
이 번 여름 휴가는 여인숙갤러리로 오세요.
꽃 차 한 잔 할 수 있는 여유 있는 사람이면 누구든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2023-06-01 @jamislee 이응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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