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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조바심에 가득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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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er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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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두려움에 둘러싸인 영혼이여 그대는 늘 이렇게 묻는다. 험난한 날을 그렇게 많이 보냈건만 평화와 휴식은 도대체 언제 오는가?
 
오, 나는 안다. 편안한 날을 맞이하자마자 우리는 새로운 것에 대한 그리움으로 평화와 휴식의 나날을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그대는 잠시 안식을 취할 뿐 다시 새로운 고통을 찾아나간다. 성급하게 뜨는 샛별처럼 우주는 조바심에 가득차 있다.

나에게 있어서 헤세의 이야기가 특히 좋은 이유는 가려워서 누군가 긁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의 그 지점을 명확하게 잡아서 시원하게 긁어주기 때문이다. 어제밤 헤세의 산문집 중 하나인 밤의 사색을 다 읽었다. (한손에 잡히는 아담한 사이즈도 맘에 들지만 특히 이 책의 백미는 표지속 검은 고양이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이다.) 대충 편안한 마음으로 훑어보아도 매력있고 헤세의 마음에 빙의되어 그시절과 지금이 별다를 게 없음을 비교해보면서 행간 하나하나 음미해 보아도 충분히 매력적인 책이다. 고상한 척하는 수행자도 아니고 오랜 수행으로 실재로 고상하게 되어서 고상해 보이는 그런 수행자도 아닌 그렇고 그런 세상 속의 평범한 자유인의 한마디 싯구가 머리에 계속 남는다.

우주는 조바심에 가득차 있다.

밤의 사색의 다른 토막글에서 그 조바심에 대한 헤세의 담백하지만 담백하지 못한 그러한 처방을 여러번 읽어본다.

절제의 습관은 작은 기쁨을 맛볼 수 있는 능력과 내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런 능력은 누구에게나 선천적으로 있다. 하지만 그 능력을 발휘하려면 현대 생활이 왜곡하고 없애버린 적당한 명랑함, 사랑, 서정성이 필요하다. 주로 가난한 사람에게 선물로 주어지는 그런 작은 기쁨들은 눈에 보이지 않을뿐더러 일상의 곳곳에 무수하게 흩어져 있어서 일에 파뭍혀 사는 수많은 사람의 둔감한 감성으로는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그런 것은 눈에 잘 띄지도 않고 많은 이들이 갈구하는 대상이 되지도 못하며 많은 돈을 들여야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안타깝게도 가난한 사람들조차 가장 아름다운 기쁨을 맛보는 데 돈이 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른다.)


헤세의 마음을 엿보다


시작하며 | 헤세의 연금술 | 뻐꾸기 소리는 배신하지 않는다. | 인내심 놀이 | 노인의 향기 | 50세 헤세의 유머 | 헤세가 죽기 전 날 밤 썼던 시 | 바람 결의 감촉 | 다시 시작하는 가을 몸맞이 | 내몸 아닌 내몸 같은 | 색채보다 감촉 | 닮은 꼴의 헤세와 융 | 방외 화가 두 사람의 풍경화 | 헤세가 사랑한 음악 1 | 헤세 정신의 곳간 | 요즈음 젊은 것들은...과 변화에 발맞추기 | 하리 할러의 꿈을 분석하며 (황야의 이리1) | 헤세의 아니마(황야의 이리2) | 왜 사냐면 웃어야지요(황야의 이리3) | 융의 분석심리학 적용 (황야의 이리4) | 융의 분석심리학 적용 (황야의 이리4) | 융의 분석심리학 적용 (황야의 이리4) | 괴로움과 번뇌속의 위안 | 기억의 가치 | 우주는 조바심에 가득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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