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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족령-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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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is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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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따라 길 따라 여행을 한다. 30년이 지나 조우한 옛 문우와 함께 찾아간 곳은 칠족령이다. 오지 중의 오지 옛고갯길을 엉금엉금 기어 올라간다. 실족하면 천길 낭떠러지 절벽이다. 뼝대, 삥창, 삥대라고 부르는 길을 기어 올라간다. 땀을 식히며 능선에 선다. 먼저 목을 축인다. 갈증을 느끼는 인간으로 살아 있어 올라왔음에 벌컥벌컥 감사함을 물로 마신다.
한 걸음만 헛딛으면 , 아뿔싸 저 세상으로 하직하는 뼝대에 선다. 90도 깎아지른 절벽이다. 옴 몸에 힘을 빼고 아득한 낭떠러지 아래 유유히 흐르는 동강을 바라본다.
칠족령, 여기서 삶과 죽음의 경계는 일곱걸음 안에 있다. 살아서 무엇을 더 가지려고 몸부림치는지 묻는다. 절벽아래로 활강하는 새들을 본다. 비우라. 굽이굽이 저 강은 비워내고 비워내고 자유로와 지라고 한다.
흘러가는 것에 대하여 연연해 하지 마라. 다 놓으면 내 것이니, 허망한 꿈조차도 꾸지 마라. 무념무상으로 걷는 것이니라. 그러면 서늘했던 등줄기에 따뜻한 땀이 흐르리라.내가 따뜻한 사람이었다는 걸 사납게 끌어 안고 용서하라. 잘 가라고 인사하라. 가서든 언제든지 돌아오지 마라. 다시 오려거든 바람처럼 스쳐 지니가라. 내 땀을 씻으며 가슴으로 맞이하고 다시 놓아주리라.
날이 저문다
내가 돌아가야 할 곳은 내 집이니
세상을 욕하지 않고 내 방에 누으리라
살아서 다시 눈 뜨는 날이면 날마다
반갑고 고마운 것이니라/ 칠족령 뼝대, 삥대에서 @jamis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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