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생긴 게 다르듯이 생각도 천양지차(天壤之差)이다. 아무리 얘기해도 한번 머리 속에 각인된 사고는 거의 변하지 않는다. 어디 갈 때마다 와이프와 언쟁하는 부분이 음식이다. 산에서는 배불리 먹어서는 안된다는 내생각과 상반되게 여러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분량의 계란, 사과, 감, 고구마를 준비하여 매번 남겨오면서도 항상 배낭에 가득 채워간다.
에너지를 보충할 최소한의 식량은 필요하지만 먹는 것보다 더 중요한 한 것은 소화시키는 것이다. 소화시키는 데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소화에 부담이 되는 음식은 가급적 피하고 적게 먹어야 산행이 즐겁다. 계곡 초입에 둘러 앉아 술과 온갖 기름진 안주를 먹고 정상에는 올라 가지도 않고 내려오는 사람은 산악인이 아니다.
코끼리하면 제일 먼저 뜨오르는 게 Henry Mancini의 아기 코끼리 걸음마(Baby Elephant Walk)라는 음악이다. 뒤뚱거리는 코끼리의 귀여운 모습이 연상되는 이 곡은 어릴 때부터 자주 듣던 곡이라 이 바위를 보니 그 멜로디가 떠올랐다.
현존하는 육상동물 중 가장 육중한 체구를 가진 코끼리는 기다란 코와 큰 귀, 양 옆으로 튀어나온 상아를 가진 특이한 모습을 한 동물이다. 예전에는 다양한 종들이 살았지만 현재는 3종밖에 남아 있지 않다.
여기 바위는 기다란 코끼리 코와 비슷하게 튀어나온 부분이 있긴 하지만 코끼리바위라는 팻말이 없으면 코끼리를 연상시키기는 어려울 듯하다. 인간의 선입견을 이용한 광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운악산은 산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운 산이다. 굳이 무리할 필요는 없을듯하다.
이 다리는 2023년 7월 19일 가평군이 운악산 중턱에 설치한 길이 210m 폭 1.5m짜리의 출렁다리이다. 다리 양쪽에 전망대도 설치되어 주변 경치를 조망하기 좋다. 예술적 감각이 돋보이는 잘 만들어진 구조물이다. 간혹 출렁다리 입장료를 받는 곳도 있지만 여기는 무료이다.
원래 다리라는 것은 강 위에 설치되거나 험한 계곡이 있는 붕우리 사이를 연결하여 이동의 수고를 들어 주기 위한 목적이 첫번째인데 여기 출렁다리는 전혀 그런 목적은 없고 오로지 관광를 위한 다리로만 존재한다. 여기를 가려면 정상가는 길과는 전혀 관계 없는 긴 오르막을 올라가서 출렁다리를 건너고 다시 내려가야 한다.
아무리 사람을 끌어 모으고 싶은 욕망이 크다 해도 힘들게 등산하는 사람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출렁다리를 건너기 위해서 또 다른 에너지를 소비해야 한다는 건 완전 넌센스다. 정상가는 길에 출렁다리 만들만 한 곳이 없다면 굳이 만들 이유가 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