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은 산의 능선과 능선 사이의 낮은 부분을 말하며 너비보다 길이가 긴 형태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계곡이 아름답기로 정평이 나 있다. 설악산 천불동계곡은 한라산 탐라계곡, 지리산 칠선계곡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계곡으로 손꼽힌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지역적으로 배분하지 않았다면 설악산에 있는 백담계곡, 수렴동계곡, 가야동계곡 등 설악산에 있는 계곡이 전부 우리나라 3대 계곡에 들어 갔을 것이다. 그 만큼 설악의 계곡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답다.
공룡능선 가는 길은 대략 3코스가 있다. 오색이나 한계령에서 오르는 코스를 타면 천불동을 거칠 수 없어 소공원에서 소공원으로 회귀하는 코스를 애용하는 편이다. 가을에 천불동을 보지 않고 간다는 건 큰 실수이다. 우리나라 가을 가장 감동적인 절경을 보여주는 곳이 천불동계곡이다.
계곡 양쪽의 기암절벽이 천개의 불상이 있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고 천불동계곡이라고 했다고 한다. 비선대를 시작으로 문수담, 이호담, 귀면암, 오련폭포, 양폭, 천당폭포 등 돌병풍을 양 옆에 펼쳐 놓은 골짜기 곳곳에 비경이 펼쳐진다.
또한 토막골, 설악골, 잦은바위골, 칠선골, 용소골, 건천골, 염주골 등 수많은 지계곡이 방향을 틀 때마다 나타나면서 웅장함과 신비함을 과시한다. 안전시설물도 잘 설치되어 있고, 코스가 그렇게 험하지 않아 설악의 여러 골짜기 가운데서도 가장 안전하고 가기 쉬운 등산로에 속한다.
천불동계곡은 비선대~마등령~백담사 길 이후 첫 동서 횡단로가 뚫린 뒤 설악산에서 이용객이 가장 많다. 외설악에서 대청 또는 내설악이나 남설악으로 넘어가거나, 또는 그 반대로 대청 능선을 넘어오는 등산객이라면 으레 천불동을 하산로로 삼기 마련이다.
조금 산을 잘 타는 사람은 소공원에서 출발하여 공룡능선을 타고 천불동계곡을 거쳐 다시 소공원으로 돌아오면 8~10시간 정도 걸려 하루에도 충분히 가능하나 초보일 경우는 양폭대피소나 희운각대피소에서 1박을 하고 새벽 일찍 공룡능선을 넘어 가는 편이 안전하다.
문제는 1박을 위해 침낭이나 먹을 식량의 무게가 늘어난다는 것인데 오리털 침낭 중에도 가벼운 것이 있으니 잘만 선택하면 큰 부담은 되지 않을 것이다. 희운각에서 마등령까지 4시간, 비선대는 2시간, 백담사는 3시간30분 정도 걸리므로 이튿날 하산까지 가능하다.
특히 초보의 경우 등산화의 무게가 중요하다. 시중에 중등산화로 나오는 것들은 너무 무거워 피로도를 가중시킨다. 한 짝에 350g 미만의 가벼운 경등산화나 트레킹화를 추천하고 싶다. 에베레스트 같은 산에 오를 때나 필요한 특수 등산복도 필요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