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공룡능선)-3 고릴라바위 1275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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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공룡능선)-3 고릴라바위 1275봉

2개의 큰 봉우리를 넘어왔다. 고릴라 바위가 보이고 1275봉에 도달했다는 얘기는 거의 공룡능선도 반 정도 왔다는 걸 의미한다. 비선대에서 마등령삼거리까지 어두운 밤길을 힘들게 걸어와서인지 공룡능선이 쉽게 느껴졌다. 어두운 바윗길을 걷는 것은 정신적으로 피곤한 일이다.

원체 잘 넘어지고 부상을 달고 살다 보니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며칠전에도 산을 뛰다가 넘어져 오른쪽 무릎과 오른쪽 팔꿈치에 찰과상을 당했다. 가을에는 낙엽이 많아 낙엽 아래 숨어 있는 돌이 잘 안 보인다. 등산시에도 낙엽을 밟을 때는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해야한다.

고릴라바위

큰새봉과 1275봉 사이에 있는 고릴라를 닮은 바위이다. 바위를 아무 생각없이 보면 그 특징을 찾아내기는 어렵다. 처음 공룡능선에 갔을때 고릴라바위를 보지 못했다. 아마 아무 느낌없이 지나갔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킹콩바위라고도 부르는 이 거대한 바위는 고릴라와 싱크율이 상당히 높다.

특히 그냥 볼 때보다 사진으로 찍어서 보면 고릴라 모습이 확연히 드러난다. 매년 보지만 볼 때마다 반갑기 그지없다. 보통 단풍드는 가을철에는 평일에도 정말 사람이 많은 데 올해는 조용하다. 바위에 올라 사진 찍어 달라고 할 사람도 안 보인다.

1275봉

1275봉은 설악산 공룡능선 한가운데 우뚝 솟은 1275m 높이의 암봉으로, 공룡능선의 맹주라 할 수 있는 빼어난 봉우리이다. 공룡능선의 주탐방로에서 살짝 비켜있다. 이곳 정상에 오르려면 가파른 암벽 가장자리를 따라 올라가야 하는데, 일반인이 걸어서 올라가기는 어렵다.

1275봉 안부에서 보이는 봉우리는 거대해서 20mm 렌즈 안에 다 들어가지가 않는다. 이럴 때는 광각을 가지고 오지 않은 게 후회되기도 한다. 산에 가면서 렌즈를 여러 개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건 큰 부담이다. 장거리 산행에서는 가급적 배낭 무게를 줄여야 속도가 빨라진다.

체험을 통해서 알아낸 사실이지만 작은 똑딱이 카메라 같은 NEX-5에 18mm 단렌즈 하나 달고 공룡능선 5km를 통과한 시간은 2시간 30분이었는데 Full frame DSLR 중 가장 작다는 A-7C에 줌렌즈 20-70mm를 달고 넘었을 때는 무려 3시간 50분이 걸렸다.

물론 배낭 무게나 등산화 등의 여건이 똑같지는 않지만 카메라 무게 차이로 인한 스피드 차이가 존재한다는 건 확실한 사실이다. 가끔 무거운 거 들고 어떻게 다니느냐고 하는 사람도 보지만 좋은 사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