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날씨도 좋고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를 했다. 낮에는 확실히 덥지만 해질녘이 되니 다시 쌀쌀하다. 아직 아침 저녁으로 일교차가 제법 된다. 이 맘 때 젊은 시절 그 편차를 넘어서기 넉넉하게 몸과 마음에 열정이 가득했지만 지금 몸은 마음을 따라가려다 가랭이 찢어지는 기분이다. 벌써 뒷골이 으스스해지면서 감기 걸리면 어떡하지 걱정부터 한다. 나오면서 반팔에 얇은 가디건만 걸쳤는데 전철의 냉방 때문에 다소 한기를 느꼈다. 낮 시간 사람이 많지 않을 때 구태여 에어컨을 틀 필요가 있을까 싶다.
2
전철역에서 집으로 가는 길 튀김과 함께 밀가루 떡볶이가 먹고 싶어졌다. 입맛이 별로다. 아줌마가 기름을 너무 오래 썼는지 튀김에 쩐내가 베어 떡볶이 소스를 진하게 찍어도 쩐맛이 그대로라 아줌마에게 뭐라고 하려다 잠자코 먹었다. 오늘 같은 맛이면 이 집에 다신 안 간다. 순대를 시킬 껄 그랬어. 운동도 하지 않으면서 튀김류가 땡기니 문제다. 다이어트와 근력 운동을 다시 시작한다고 마음 먹고만먹고 있는 나를 탓한다.
3
떡볶이를 먹으면서 든 생각, 소소하지만 행복한 삶은 손해 본다는 생각, 반드시 대가를 받아야만 한다는 생각 등 그런 것들 하지 않고 담담하게 사는 것이다. 젊을 때는 왜 그렇게 그런 것에 마음을 썼는지 허허 웃게 된다. 그래서 일찌감치 머리가 민둥산이 되어 버린 거겠지. 나이 들어 깨달아 봐야 이미 때는 늦었다. 그래도 아직 숨 쉬고 잘 살고 있으니 이것으로 된 것이다. 갑자기 돈 때 먹힌 기억이 불쑥 튀어나와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