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 옅은 노을에 물든 구름이 하루를 마무리 하는 풍경에 비가 오겠구나 하는 생각은 했지만 흐린 하늘에 덮인 날은 그래도 조금은 푸근한 날씨입니다.
제초작업을 하면서 베어져 나간 밑둥에서 새 순이 나와 키가 클 사이도 없이 앉은뱅이처럼 꽃을 먼저 피운 달맞이꽃을 보면서 삶이란 이토록 치열한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제 어디에 있어도 목숨을 이어간다는 것 그 이상의 욕구는 없을 것입니다. 그 다음이 아마도 자식을 보는 일이고 재산이나 명예는 그 다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개역귀도 가지박도 잘려나간 자리에서 또다시 순을 키우고 곧게 일어서지도 못해 땅에 닿을 듯 꽃을 피워내는 치열함이 지금의 자연을 이루고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영악해진 사람만이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채 길 아닌 길로 가고 있습니다.
두텁게 드리운 권적운 사이로 서서히 해가 비치면서 모든 생물이 깨어나는 시간입니다. 벤치 밑에서 잠을 자던 길냥이도 추위에 떨던 새모래덩굴도 기지개를 켜면서 햇살에 입맛을 다시며 또 하루를 살아갈 준비를 합니다. 오늘도 좋은 날을 만들기 위해 부지런히 몸을 놀려야 하겠지요.
누구에게나 하루는 24시간입니다. 그런데 별로 하는 일이 없으면서도 유난히 바쁘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온갖 일을 다 하면서도 전혀 바쁜 기색이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물론 익숙하지 않은 일이라 일머리를 몰라서 허둥대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뚜렷하게 하는 일도 없으면서 늘 바쁘다는 말을 달고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같이 힘을 모아 해야 하는 일이라도 생기면 언제나 그렇듯 바쁘다는 말부터 들고 나옵니다. 시간이 없다, 약속이 있다 아니면 컨디션이 안 좋다에 시댁에 가야한다는 핑계를 늘어놓기 일쑤입니다. 그런 사람이 어디 괜찮은 곳에 갈 때는 어떻게 알았는지 부르지 않아도 참석하겠다고 합니다.
궂은 일에는 절대 아는 체 하지 않고 마른 자리만 찾는 사람에게도 잠시 틈을 내어 주변을 돌아볼 시간은 있다고 봅니다.
대문을 그려주신 @ziq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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