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우리글 이벤트 629. 정답 발표.

jjy -

하늘은 높고 금쌀 같은 햇살이 쏟아지는 전형적인 가을날입니다. 오늘은 행사가 있는 날이라 마음부터 바쁘고 손발은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날입니다. 바늘 허리라도 매어 쓰려고 하는지 모든 게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거기다 갑자기 미역국을 드시고 싶다는 어머니 말씀에 미역을 불리는데 아직도 줄기는 단단하고 국물을 내려면 고기라도 있어야 하는데 고기도 보이지 않고 들기름도 바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럴 때 무조건 조미료만 넣으면 원래 그런 거 탐탁치 않게 여기는 어머니께서 편하게 드실 리가 없습니다.

하는 수 없이 마트로 달려가 홍합을 한 팩 사들고 맹렬하게 달립니다. 다행이 이제 미역도 잘 불어 거품이 나도록 빨아 간장과 마늘을 넣고 볶아 국물을 조금씩 넣으며 끓였더니 제법 그럴 듯한 냄새가 납니다.

후식으로 복숭아 하나 깎아 놓고 부지런히 상을 차립니다. 주부는 어디를 가도 집을 떠안고 갑니다. 남아 있는 식구들 식사는 제대로 하고 있을까, 내가 가기 전까지 아무 일 없이 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귀가해서 방문을 열고 들어올 때까지 따라다닙니다.

오늘도 그런 날입니다.


정답은 시조, 발뒤축입니다.


‘시조하라 하면 발뒤축이 아프다 한다’
무엇을 하라고 하였을 때에 엉뚱한 핑계를 대고 하지 아니하려 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무슨 사소한 일이라도 시키면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빠져나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다른 사람이 해 놓은 일을 비평하는데는 일등입니다.

한 번은 김장을 하는데 이날 저날 힘들다고 하면서 본인이 날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당일 아침 새벽에 배추를 씻고 있는데 시간이 지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전화를 해보니 몸이 너무 안 좋아서 못 온다고 합니다. 그러니 내일 하면 오겠다는 말에 그냥 끊었습니다.

그런데 김장 다 끝내고 점심 먹을 때쯤 오면서 왜 한 번에 각각 통에다 담지 않고 한 군데 넣었느냐고 합니다. 처음부터 자기네 통에 담았으면 들고 가기 편하지 않느냐는 얘기였습니다. 들은 체도 안하고 뒷설거지를 하고 있으니 점심도 못 먹었다고 하면서 주방을 기웃거립니다.
결국 혼자 앉아 아무도 응대해 주지 않는 썰렁한 점심을 먹으면서 눈치도 보이지 않는지 많이 먹기는 합니다.

시조 얘기가 나왔으니 말이지만 사실 글을 쓴다는 게 보통의 노력으로 되는 일은 아닙니다. 글을 배웠다고 다 문장이 되는 것도 아니고 선비에게 가장 힘 든 일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전혀 상관도 없는 발 뒤축이 아프다고 궁색한 변명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 마음도 이해가 됩니다. 이 풍성한 가을에 무엇인들 인색해서야 어울리지 않는 처사입니다.

대문을 그려주신 @ziq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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