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숙갤러리] 앞장 선 건 떠돌이 개였지만...참 고마운 개이고, 힘 주어 똥 싸 준 사람들이 모두 고마운 거였습니다

jamislee -

어떤 개가 '여인숙갤러리'문 앞에 똥을 싸고 갔습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더럽다고 침을 뱉고 갔습니다. 따라쟁이사람들이 침을 뱉고 갔습니다. 어떤 분이 보기 흉하다고 신문지로 덮고 갔습니다. 그 신문지 위에 누군가는 똥을 싸고 갔습니다. 개똥 위에 판 깔아 놓으니 얼씨구 좋았나 봅니다. 어지간히 급했나 봅니다. 설사 똥인 거 보니
하룻밤 사이에 여인숙 갤러리 문 앞이 똥 간이 되었습니다. 주인은 제 문 앞 깨끗이 치우지도 않고 뭐 하냐고 한 마디씩 합니다. 거들어 주지도 않으면서 말입니다. 주인인 난 편히 잠만 자고 일어났는데, 내 문 앞에서 일어나는 일을 꿈엔들 봤겠습니까?
나는 정원사입니다.
지난 밤 있었던 일이 모두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정원을 꾸미려면 거름이 필요했는데, 나와 상관없는 줄 알았던 사람들이 내 집 앞 까지 와서 엉덩이 까고 기꺼이 거름을 선물해 준 거였습니다. 앞장 선 건 떠돌이 개였지만, 그 개 뜻을 알았는지 몰랐는지 똥 싸고 오줌 싸고, 침 뱉는 일을 해 준 겁니다. 참 고마운 개이고, 힘 주어 똥 싸 준 사람들이 모두 고마운 거였습니다.
아, 제가 정원사인 거 말씀 드렸지요.
가끔씩 잊고 삽니다.
그런데, 제가 정원사라는 걸 깨우쳐 준 개를 고맙게 여기는 순간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정원사의 직분에 충실하기 위해, 흙을 퍼 날랐습니다. 주변의 폐기물로 화분을 만들고, 흙과 똥을 잘 섞어 화분 밑을 채웠습니다, 그리고 화분 위는 깨끗한 상토로 덮었습니다. 그리고 꽃을 싶었습니다. 땀이 비 오듯 쏟아져도 가뿐한 하루였습니다.
여인숙갤러리 문앞에 정원이 만들어졌습니다.
이 후부터 똥을 싸고 가는 사람 없습니다. 욕을 하고 침을 뱉는 사람도 없습니다. 신통방통, 개도 똥을 안 싸고 갑니다.
참 신기한 일입니다.
모두가 정원이 예쁘다고 한 마디씩 하고 갑니다.
지금 정원은 볼품없지만, 여인숙갤러리 문 앞 정원은 점점 풍성해질 겁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넉넉해진 꽃들이 이 곳을 찾는 이들을 향기로 빛깔로 반길 겁니다.
이 번 여름 휴가는 여인숙갤러리로 오세요.
꽃 차 한 잔 할 수 있는 여유 있는 사람이면 누구든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2023-06-01 @jamislee 이응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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