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딸, 아들아
STPEN 카페에서
애비 별명은 ‘앞산걸죽기사’이다
앞산은 내 사는 동네 산 이름이고
‘걸죽기사’는 걸어가다 죽기를 기도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어떻게 잘 살까
어떻게 돈 벌까
이런 것보다
어떻게 잘 놀다
어떻게 잘 죽을까
미리 계획하고 실천한다
그게
내가 선택한 걷기이다
걸으면서 쓰레기도 줍고
여기저기 꽃씨도 뿌려 가꾼다
말년을
시설이나 병원에서 보내지 않고
내가 걷던 길
내가 가꾼 꽃길을 걷다가
죽을 때는 좋아하는 공간에서
신속하게
반듯하게
죽는 거 썩 괜찮은 일 아닌가
걷지 못하는 날 바로 죽는 거
걸죽기사, 생각하면 행복한 일 아닌가
고독사, 라는 말에 나는 반기를 든다
어느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고
나홀로 살다 죽는 거지
고독해서 죽는 건 아닌 거다
딸, 아들아
병원 신세 덜 지고
중환자실에 누워서 연명하지 않고
걷기가 멈추면 죽을 때인 줄 알고
빨리 죽어 주는 것이
얼마나 복된 일인지 새기며
걷는 것이 행복하다
이제는 부귀영화가 아닌
걸죽기사를
나의 버킷리스트(bucket list)
1순위로 올린다
딸, 아들아
애비 걱정말고 잘 살아라
내 죽거든
신발 물려 받아라
현재
30레벨 언커먼 트레이너
에너지는 15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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