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유치원 오리엔테이션을 갔을 때만 해도 아직 셋째가 어려보였다. 형아들은 나와 대화를 나눌 정도로 성숙해졌고 키도 내 가슴팍까지 컸는데 셋째는 한참 멀었기 때문이다. 마냥 어리게만 보였던 셋째가 며칠 사이 부쩍 커보이는 건 내가 무심했던 탓인지 아니면 아이가 하루가 드르게 성장하는 탓인지 모르겠다.
어제는 서울로 나들이를 나갔다. 광화문 근처에 축제를 자주해서 역사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과 박물관도 갈 겸 겸사겸사 나섰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서울로 나가는 사람이 많아 버스 타는 것부터터 쉽지 않았다. 결국 버스를 타지 못하고 GTX를 탄 후 지하철을 환승해서 도착했다. 예상보다 늦게 차질이 생겨 힘들었지만 아이들은 GTX를 처음 탄 것에 즐거워했다. 더욱이 셋째는 가는 길에 어린이집 친구를 만나 더욱 신났다. 우리를 버리고 친구 옆에 앉아 가는 내내 재잘거렸다^^;
서울에 도착해서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이 걸었지만 아이들은 내내 즐거워했다. 물론 셋째는 중간에 배고프다며 칭얼거리기는 했지만 준비해간 바나나킥으로 한숨 돌리고 양꼬치집에서 배불리 먹었더니 금세 밝아졌다. 밥도 어찌나 잘 먹던지 식사비용이 꽤나 나왔다. 이렇게 쓰는 돈은 어찌나 기분 좋은지. 돈을 의미있게 쓴다, 제대로 쓴다는 기분이 들었다. 사장님께서 서비스로 온면과 아이들 음료수도 하나씩 주셔서 더 감사했다.
빛축제 구경을 하고 장식품 만들기 체험도 하고, 통인시장에 들러 떡과 뻥튀기 등 간식도 사고 정말 많이 돌아 다녔다. 대략 2시간을 넘게 걸었음에도 셋째는 한 번도 안아달라거나 다리가 아프다고 칭얼거리지 않았다. 사실 나도 발이 시렵고 피로감을 느꼈는데 아이는 오죽했을까? 그럼에도 가족과 함께 여행을 나서 신나게 즐기는
모습을 보니 아이가 나보다 훨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즐기며 충실한 모습을 두고두고 기억하며 배워야겠다.
언제 이렇게 컸나?
많이 보듬어주지도 못했는데
너의 눈과 나란히 어울리지도 못했는데
사랑한다는 말은 아직도 부족한데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조금만 느리게 크면 좋겠네
할 수만 있다면 지금 이대로 멈춰놓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