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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6 | 점심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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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ber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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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years ago2 min read

내 친구와 나는 강남역에서 매주 만난다. 이 만남은 올해 2021년 4월부터 시작하여 지금 9월까지 이어졌고 어쩌면 올해 말까지도 이어질지도 모른다. 우리 둘이 만나서 무얼 하는 지는 차차 이야기하게 될 것이고 별거는 아니다. 그냥 대한민국 50대 아줌마들이 관심 가지는 것을 내 친구와 나는 관심에 그치지 않고 그냥 행한다는 정도. 내 친구는 툭하면 대한민국 50대 아줌마 이 표현을 자주 한다. 예를 들면, "야, 너 대한민국 50대 아줌마를 우습게 보지마." 이런 식으로. 아무튼, 아무리 슈퍼능력자-대한민국 50대 아줌마라도 강남역에서 매주 마음에 드는 식당에서 맛있게 식사할 수 있는 장소를 찾기는 쉽지 않는 듯하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내 친구도 나도 맛집 찾겠다고 인터넷 검색을 죽어라 하지도 않고 그냥 필 꽂히는 대로 "비오는 날은, 우리 나이 때는 뜨거운 국물을 먹어야 하는 거야." 이렇게 말하고는 그냥 국밥집을 가거나, "오늘 고기 어때?" 하고 고깃집을 가거나 하는 스타일이다. 그냥 되는대로 가서 먹어보고 아니면 "야, 다음에 여기 오지 말자"라고 이야기하거나 아니면 그마저도 하지 않고 그냥 계산하고 식당에서 나온다. 맛 평가 자체가 귀찮고 에너지 낭비니 굳이 우리가 그리 좋지 않게 경험한 식사를 주제 삼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오늘은 그날, 내 친구와 강남역에서 만나는 날이다. 볼일을 마치고 마치 우리가 미리 써놓은 대본에 따라 움직이듯이 매주 걷는 길바닥 동선을 밟기 시작했다. 몇 발자국 걷다 내 친구는 "야 오늘 참치회 먹을까?"라고 물었고, 나는 "그래" 하는데. 내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야~ 저기 참치 횟집 있다. 저기 그냥 갈까?" . 나는 참치 횟집이 이 근처에 있겠느냐 우리가 몇 번이나 생선회를 먹으려고 했는데 이 근처에서 회파는 식당을 본적이 없어서 못 먹었잖냐고 말하려고 했었는데...... 그동안 안보였던 참치횟집 간판이 바로 눈 앞에 떠억하니 커다란 글씨로 또박또박 적혀있는 게 아닌가. 대한민국 50대 아줌마가 참치회를 먹으려고 원하는 장소에 참치 횟집 식당을 만들어 놓은 듯한 그런 기분이었다.

내 친구가 가리킨 식당으로 들어가니 다른 식사 메뉴는 안되고 회덮밥만 가능하다고 종업원이 입구에서 대한민국50대 아줌마들의 발길을 멈춰 세웠다. 반기지 않는 것 같은 식당 직원의 목소리에 내 친구는 식당 분위기가 괜찮아 보이는데 여기서 먹자는 의견을 몸짓 텔레파시로 내게 보냈고, 나는 내 친구 의견을 받아 "네 회덥밥 먹을게요"라고 우리의 발걸음을 세운 직원에게 대답했다.

몇 분 후 우리 앞에 놓인 회덮밥 그릇은 찬란했다. 초고추장 휙 뿌려 한 젓가락 먹고 나서 내 친구와 나는 같은 말을 했다. 다음은 이 식당에서 초밥 먹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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