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누구세요?/cjsdns
행복한 왕자를 귀로 읽었다.
작가는 오스카 와일드라고 한다.
그가 어떤 사람이든 간에 행복한 왕자는 어젯밤에 나의 잠을 강탈해 갔다.
머슴보다도 못한 하인, 아니 종이나 다름없는 삶의 현실에서 그래도 왕자가 되겠다는 꿈으로 현실을 극복해 나가는 사람을 알기에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는 제목부터 마음에 조총이라도 발라 놓은 듯 끈적하게 내게 달라붙어 잠을 설치게 했다.
옷을 입고 나갔다.
2시 반이다.
공원에 나가보니 사람의 그림자라고는 하나도 없다.
그 흔한 고양이마저 한 마리 보이지 않는 그 런 시간이다.
그러니 귀로 읽기에는 최적의 조건이다.
마음 놓고 걸으며 듣고 또 들었다.
조용, 한 적하 다 못해 다소간 음침한 기운이 도는 운동장에 갔다.
운동장 다다른 시간이 3시 반쯤이니 운동을 나온 사람이 있을 리 만무이다.
동네와는 제법 떨어져 있으며 북쪽과 동쪽은 무덤이 즐비한 산으로 막혀있다.
이러니 야심한 시간에는 두려움 같은 것이 생기는 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해도 그 호젓함과 안심하고 걸을 수 있는 트랙은 발길을 자주 그곳을 향하게 한다.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를 듣고 또 듣는 것은 현실 탈피를 꿈꾸는 누군가의 왕자의 꿈을 현실로 되게 해 달라는 기원을 하기에는 딱 좋은 하나의 주술과도 같다는 생각을 했다.
행복한 왕자는 자신이 봐온 어려운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자신을 사랑하는 제비를 통해 다 내어 준다.
이집트로 돌아가지 않은 제비는 자신이 사랑한 행복한 왕자의 발치 아래서 죽고 보잘것없이 거지처럼 된 왕자 자신은 끌어 내려져 용광로에서 녹아 사라진다.
그러나 행복한 왕자의 심장은 용광로도 녹이지 못하니 쓸모없다며 쓰레기장에 버려진다. 그곳에는 어쩌면 다행일지도 모르게 죽은 제비도 버려져 있었다.
작가의 의도를 알 거 같기는 하나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것이 시장과 시의원들이 행복한 왕자를 끌어 내려서 녹인 쇳물로 새로운 동상을 만드는 것에 대한 의논을 하는데 서로 자신들의 동상을 만들겠다고 싸움질하고 있으며 그것이 현재가지 이르고 있다는데서 끝맺음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오스카 와일드는 책임의식이 강했는지 행복한 왕자의 심장과, 왕자와 사랑에 빠져 그의 발 역할을 하다 결국은 얼어 죽은 착한 제비를 하늘나라로 데리고 갔다.
나는 하나님도 아니고 전지전능한 능력을 가진 사람도 아니다.
그러나 누군가의 소중한 꿈을 응원하는 따듯한 가슴을 가지고 싶고 그 흉내라도 내고 싶은 사람이다.
늦었지만 드디어 한국에서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작가가 나왔다.
축하할 일이며 앞으로 많은 작가들이 그 대열에 합류를 할거 같다.
바람이 있다면, 내가 잘 아는 사람들 중에도 노벨 문학상을 받는 사람이 나왔으면 좋겠다.
수도권이면서도 수자원 보호라는 영광스러운 멍에로 인해 상대적으로 낙후한 동네, 그러함에도 환경 보호라는 멍예를 기꺼이 쓰고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노벨상을 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가들을 열심히 뒷바라지해야 한다.
특히 작품 못지않게 간강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죽은 자에게는 결코 주어지지 않는 노벨상이기에 그렇다.
여기서, 나도 묻고 싶다.
착한 제비는 행복한 왕자의 눈물을 보고 당신은 누구세요 하고 물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누구세요?
감사합니다.
2024/10/11
천운